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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책] 바이올렛_신경숙

 


바이올렛

저자
신경숙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1-08-0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92년에 발표했던 단편 배드민턴 치는 여자를 모태로 한 신경...
가격비교

 

 

 

 

바이올렛.

 

딱 그 보랏빗처럼  특별하지않은 일상을 보내며 혼자 살아가던 여자 오산이.

그녀는 막연히 글을 쓰고싶다는 소망 (혹은 욕망)을 간직한채.. 서울 광화문 한복판의 화원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는 화원에서 같이 일하던 수애라는 여자와 같이 살게 되며, 일상을 보내던중

잡지회사에서 일하는 사진작가가 바이올렛꽃을 찍으러 왔고, 그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에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그의 느닷없는 사랑고백에 산이는 그남자와의 달콤한 환영에 시달리고 너무도 쉽게 사랑에 빠지게된다.

 

 ...  <그가 그녀의 몸속에서> 라는 부분의 소제목 부분에서는

그것이 산이의 환영인지. 실제인지조차 잠시 착각이 들정도로 리얼했으나.

그 파트를 다 보았을때야말로 이해가 되었던 '사실마저 왜곡하고 들어오는 그남자에 대한 생각' ...

....늘 그남자는 산이와 함께했고, 그로인한 그녀의 사랑에대한 욕구는 점점 커지고

홀로 그의 회사가 있는 건물앞에 가서 그의 사무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와의 첫만남이 있을때 매개체였던 '바이올렛'꽃을 회사앞 미술관 공사장 공터에 심어놓고 가꾸게 된다...

혹시라도 그가 그 꽃을 봐주길 바라며.. 그러면서 자신도 기억해주길 소망하면서..

 

"따라갈수 없는 서러움, 닮아볼수 없는 안타까움, 멀디먼 그리움... 그녀는 방향도 없이 공허하게 앞을 향해 걷는다"

산이는 그와의 우연한 만남이후에 아무런 연락이나 관계의 진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사랑은 깊어져만간다.

 

"우연이라도 마주칠까싶어 그남자 가까이에 가지만 진짜 마주치게 될까봐 도망을친다" 

이렇듯 산이는 자신의 마음이 그의 고백때문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된것인지조차 알수가 없어진다....

산이가 그를 사랑하고 갈망하는 묘사는 혼란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그남자 곁을 맴돌던 산이는 어느날 갑자기 그에게 전화를 한다.

"당신, 사랑해도 되겠소?" 라며 사랑을 말하고 그녀를 '알아봐준'그는

이젠 그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그로인해 마음의 커다란 상처를 입고 산이가 찾아간곳은

남애와의 추억이 있는 고향집이다.

어렸을적 산이는 남애에게 가졌던 사랑의 감정에 돌연한 멸시를 받고 팽개쳐졌다..

또한 어머니의 재혼으로인해 부모에게서조차 버림받게되었다.

산이는 이렇게 늘 혼자였다...

"마음의 가장 밑바닥엔 어린시절 남애로부터 갑자기 내팽겨쳐졌던 고독,

 긴세월동안 그녀의 무의식속에서 가지를 치고 자라난 그 고독은...."

이런일들로 인하여 산이는 처음엔 그저 타인처럼 스쳐지나간 그 남자의 "알아봐줌" 이라는 행위속에 그에대한 욕망이 걷잡을수없이 커졌던 것이다.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에게 상처를 받고 찾아간 고향집에서 남애조차 만나지못한 수애는 충동적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 정신적. 육체적인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는 무언가에 홀린듯 그남자의 회사건물앞에 이르게되고, 그에게 버려진 마음같이 포크레인에 의해 사납게 파헤쳐진 바이올렛을 발견한다.

산이는... 정신없이 포크레인으로 기어올라가 아가리속에 남아있는 흙속으로 자신을 파묻고 노트를 꺼내 무언가를 적으려고 애쓰는 내용으로 끝맺음한다.

 

신경숙의 다른 소설을 읽었을때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애매한 결말은 신경숙 그녀만의 방식임과 동시에

이런 끝맺음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 표현법에 있는것같다.

나는 그녀의 글이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물처럼 잔잔히 흘러가는 표현으로 이루어진 이야기 서술형식, 주변사물 내지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소한 표현방식이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까지 꼭꼭씹어서 읽게끔하는 매력이 있다.

그녀의 글을 읽고나면 그녀의 표현을 빌어 "얼얼한 마음위에 다른것들을 겹쳐놓고 싶지않아서" 아무런 일도,  생각도 하기가 싫어진다....

그리하면 마음에 울리는 먹먹한 감정의 파도를 오래도록 생각하고 내것으로 만들수 있을것만 같아서..

 

 

 

 

 

여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없었던 그녀의 심연에 그를 향한 욕망은 한순간에 시작되었다.

아무 연대감도 없는 그 남자에게로의 이끌림은, 가끔 한밤중에 잠이 깨었을 때 그녀 가슴을 훑고 지나가던 참담함,

그 불안을 막아주던 식물들의 위로,

칠흑같은 밤중에도 뿌리들은 흙 속에서 키를 키우겠지 싶어 허리가 짜부라질 것 같은 피로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화원으로 달려오게 만들던 그 위로까지도 뛰어넘어 지금 그녀를 길게 울게하고 있다. ....

... 어떤 통로도 없이 그를향해 점점 부풀어만 가는 욕망은 그녀로 하여금 모든 일에 방심케 했다.

그녀의 그 남자에게로의 이끌림이 지난 여름부터가 아니라 수천년 전부터 똬리를 틀고 있다가 터져나온것만 같이. 추억이 되지 못하고 파릇파릇한 슬픔으로

전이된 욕망. 그녀는 그 욕망을 껴안고 귓불이 붉어진 채 어둠속의 화원안에서 길게 울고 있다.... 수세기동안 전해내려오는 배려받지도 표현되지도 못한 이 울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