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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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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은 아니지만, 그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올바른지 판단할 여유가 없었다.

그때 나는 나무토막을 붙들고 물이 흐르는 대로 떠내려갈 뿐이었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둡고 하늘에는 별도 달도 없었다. 

죽어라 나무토막을 붙들고 있는 한 익사는 면할 수 있지만,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제일 굉장한 건,

거기가 더이상 깜깜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깜깜하다는 거야.

빛이 없어지면 어둠을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 깜깜해.

그리고 그 어둠 속에 혼자 있으면, 내 몸이 점점 풀어져서 사라지는 기분이야.

하지만 깜깜하니까 내 눈에는 안보여.

몸이 아직 남아 있는지 벌써 없어졌는지도 알 수 없어.

그래도 말이야 만약 내 몸이 전부 없어졌다고 해도 나는 분명히 거기 남아 있는 거야.

체셔 고양이가 사라져도 옷은 남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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