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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019.09.30 - 우리집 햄스터 모찌

나는 어려서 햄스터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다.

어디서 어떻게 데려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햄스터 한 쌍이 있었다.  우연은 50프로의 확율로 들어맞아, 번식을 이어갔다.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그날. 햄스터 우리 안에서 보았던 줄줄이 비엔나 같던 아기 햄스터들. 그것들을 보며 징그럽지만, 생명의 경외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줄줄이 비엔나 같던 아가들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사라졌다. 듣기로는 지 애미 애비가 모두 먹어 치웠다 했다. 설마.... 심증만 가득할뿐 물증은 없었다. 그래도 나는 햄스터가 싫었다., 축축한 털빛을 내뿜으며, 호의적으로 내밀었던 내 손을 콱 물었던 그 순간도 뇌리에 선명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싫었다.


수빈이는 햄스터를 기르고 싶어했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생일선물로 사주었다. 물론, 그 줄줄이 비엔나를 두번다시 보긴 싫어서 딱 한마리만 기르는 조건이었다.

머지않아 햄스터가 사라졌다. 그것도 집 안에서.
햄스터가 걱정되기보단, 어디 구석에 들어가 죽어 냄새를 풍길까 우려되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주일이 지나 멀쩡히, 아니 살이 많이  빠진 햄스터를 발견했다. 욕실 문앞에서였다. 배고픔은 참아도 목마른건 못참겠나보지?

몇일이 지났을까...햄스터 발에 작은 혹이 생겼다. 알게뭐야...

수빈이는 햄스터를 지속적으로 우리에서 꺼내 데리고 논다.,,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 모찌가 예쁘니 만져보라 권한다. 어려서 햄스터에게 물려 큰 배신감을 맛본 경험이 있기에 한사코 거절한다. 그 아픔을 잊긴 힘들다. 철썩같이 믿었던 신뢰의 배신감은 육체의 고통보다 더하다.

햄스터의 까맣고 초롱초롱하던 그 눈빛이 없다. 다리에 자라던 혹이 커졌다. 이렇게 네가 죽어버리면 줄곧 너를 이유없이 미워했던 나를 용서할수 없을것같다.

곧 죽을수도 있겠구나. ..  너를위해 혹시라도 내가 눈물을 흘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햄스터 치료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내 주먹보다 작은 그 아이는. 제 몸값의 20배나 되는 치료비가 있어야 했다. 물론 나는 포기했다.

곧 떠날것같던 그 아이는.다리의 종양이 많이 부풀었다. 그 작은 몸집으로 이겨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여졌다. 그래도 여전히 해바라기 씨앗은 넙죽넙죽 잘 받아 볼주머니에 저장한다. 그래 ..  먹어야 살지. .

네가 어떤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런지 큰 관심은 없다. 나 하나만도 많이 벅차다..  누군가 나를 데려가줬음 할 정도로...

너의 까아만 눈동자는 잊지 못할것같다. 너는 한번도 애정을 준적없던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과거 경험의 편견에 지배당하고 있던건 `나` 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새삼 많이 미안해졌다...  미안해진 만큼 해바라기씨를 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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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나서 2개월후. ...  2019년 12월1일.  모찌가 죽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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