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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15 런던

백합향기의 프림로즈힐

 

런던에서의 처음 맞는 아침은 새소리와 함께였다. (일본에서는 까마귀 였는데....)

새벽4시부터 새들이 예쁘게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이떠졌고, 그때부터 아침이 시작된다..

일어나도 할게 없었던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묘한 설레임...

다시 눈을 뜬 시간은 8시.

옆방 손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씻고 나갈 채비를 한다.

마리할머니는 오늘 내게 몇시에 아침밥을 먹자고 이야기를 미리 해주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옆방손님도 깨어나야 비로소 아침이 시작될 것만 같은 기분에, 머리 말리는 것도 천천히... 화장도 천천히 공을 들였다.

그리하여 맞이했던 아침식사는 그야말로 따뜻한 빵 빼고는 나에겐 너무나 어색한 시간이었다..

씨리얼과 토스트한 빵, 그리고 커피.

나에게는 최고의 식사였지만... 언어적인 벽에 가로막혀 그들과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던 나는 안보이는 벽 너머 혼자 밥을 먹고 있는듯한 기분이엇다..

차라리 날 생각해서 간간히 질문이라도 던지지 않았으면, 밥만먹고 나왔을텐데..

종종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바람에 그들의 대화에 완전히 배제되어 질 수 가 없었다.

마리할머니는 오늘 내게 일정을 물어왔고,

나는 브릭레인 마켓에 갈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마리할머니는 보로우마켓이 참 좋다고 했지만, 보로우 마켓은 목.금.토 만 열리는걸....

친절하게도 집에서 나가 튜브역까지 가는 길을 '그림으로' 그려주셨고, 그걸 들고 나갔던 나는 역시나 방향감각이 상실되어 반대로 걸어가는 짓을 ...

(뭐, 머지않아 구글맵을 사용하여 올바른 방향을 찾았지만, 그림까지 그려줬는데 헤매는 나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왔다)

 

                                   <WESTBONE PARK역, 내 숙소에서 걸어서 약 3~5 분>

 

 

웨스트본 파크 튜브역에서 써클라인을 타고 엘더게이트에서 내렸으나, ... 마켓 방향으로 걷다보니 '웨스트 엘더게이트' 에서 내렸어야 한다는걸 깨닫고

역시나 또 나의 허술함에 반성을 한다.

골목 안쪽으로 한참이나 들어가니 시장이 보였고, 마켓의 화룡점점은 역시 '먹을거' 라는 나의 지론에 맞게 어마어마하게 많은 음식들이..즐비...@.@

 

 

                              <브릭레인마켓 들어가는길, 골목 안쪽으로 꽤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브릭레인마켓은 먹을거 외에는 그다지 기억나는게 없었다.

그곳에서 사먹었던, 믹스과일은 런던여행중 사먹은 음식 워스트5 안에 든다 -_-;;;; ,  그리고 멀리서 보기엔 싱싱해보여서 산 체리도 실제 받았을때 엄청 시들시들했기에 (근데 시들시들한게 당도는 더 높더라 ㅋ) 실망.   브릭레인 연어크림치즈 베이글은 나쁘진 않았다. 이정도 가격이면 선방한듯.

 

 <비쥬얼은 그럴듯 했으나, 망고는 딱딱하고 수박이랑 메론은 싱거웠다. 2파운드(약 3400원) 나 하는거 였는데...>

 

다시 튜브를 타고 인근의 프림로즈힐에 가보기로 한다.

런던날씨가 안좋다고 들었는데... 그날 날씨는 정말로... 아침의 그들의 대화에서 처럼  "러블리~" 했었다.

초크팜 역에 내려 프림로즈힐로 가는길...

초크팜 역에서 나오자마자 .. 그곳의 공기는 풀향기와 흙향기.. 그리고 백합향기로 가득했다.. 이런 공기를 , 이런 분위기를 내가 어디서 느껴본적이 있었던가!

인근 주택가를 잠시 산책하던 나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정말로 부러워 지기 시작했다....

프림로즈힐 언덕에 올라 자리를 펴고 햇볕을 받으며, 아까 마켓에서 산 체리와 베이글을 먹기 시작했다.

30분가량 누워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바람과 햇볕만 마음껏 쬐다가 언덕을 내려온다.

 

 

                        <프림로즈힐, 저 멀리 런던아이도 작게 보이고 바람도 따뜻했다>

 

 

사전 정보에 의하면 프림로즈힐에서 캠든마켓이 멀지 않다고 했다.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겠다.. 한번 걸어보기로 한다.

음...그런데 바로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었고, 때마침 오던 버스가 캠든마켓행 이었기에 무작정 탑승.   이건 지금생각해도 너무 잘 한일이었다.

버스로 약 3정거장 정도 되었는데, 길도 꼬불꼬불해서, 아마 걸었으면 신경질 좀 났을것 같다.

 

 

 

 

 

버스는 튜브역 '캠든타운' 역에서 날 내려줬고

캠든마켓은 브릭레인마켓과는 달리 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순간 그렇게 맑고 러블리 하던 날씨에... 구름이 몰려 오더니 비가 한두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  아... 내가 여행운이 있긴 한가보다, 오전 그 맑은 날씨에 프림로즈힐에 다녀왔으니... 캠든마켓부터 선택했으면  그렇게 좋던 프림로즈힐이 클라우디 할 뻔 했잖아!

대충 옷에 달린 모자를 쓰고 거리를 누비며 구경하다

이건 도저히 안먹을수 없게 생긴 '커리'를 사먹는데, 생각보다 달다..... ;;; 매콤함을 기대했던 나는 대 실망하여 절반정도 먹고 버릴 수 밖에 없었다.. 5파운드나(8천원돈) 하는 거였는데....

 

 

 

 

                                             <누가봐도 비쥬얼은 '나 되게 매움' >

 

 

다시 캠든타운 역으로 되돌아 왔지만, 딱히 다음에 가야할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주변에 다니는 빨강색 2층버스가 흐린하늘과 묘하게 어울려 맘을 뺏겼다.  아무 버스나 타고 돌아다니고 싶어졌다.

그 순간 내눈앞에 보이는 88번 버스.  피카딜리서커스(번화가)를 가로지르는 라인이었다 . 게다가 2층 맨 앞자리가 비어있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바로 탑승.

신나게 즐기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내렸다.  가까이서 본 사원은 너무나 커서.... 별 감흥이 없었고,  골목을 돌아 나가자 보이던 빅벤...

.. "아... 정말 아름답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진에서만 보던 빅벤과 실제로 본 빅벤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규모 면에서도 그렇지만.. 건물의 정교함 이라니... 아름다움의 극치. 였다.. 알수없는 경외감 마저 들었다.

바로옆에는 런던아이가...

그렇게 보고싶던 런던아이!!!  하지만 빅벤을 처음봤을때는 "아름답구나..." 라는 말이 절로나왔는데 런던아이를 봤을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 런던아이다!!!!" 하는 정도.

 

 

 

 

 

               <빅벤과 런던아이. 사진이 이렇게 나온것일뿐, 실제로는 나름 쾌적한 날씨였다>

 

해가 지고 난 후의 런던아이가 보고싶었다.  이때 시간이 아마 6시경 되었을텐데.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 지려면 9시는 넘어야 한다는 사전 정보를 습득하고 갔던 나는

그 3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강변이라 바람이 장난아니었고 5시가 넘어간 상태였기에 날씨도 한결 쌀쌀해졌기 떄문이다.

주빌리 공원도 한바퀴 돌아보고 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그래도 해가 넘어갈 기미가 안보여 그냥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와 버렸다.

내 숙소는 노팅힐 근처의 주택가 였는데, 집앞에 오니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정거장이 있더라.

주변 구경도 좀 할겸 자전거를 빌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세수조차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뻗어버렸다.  전날 12시간 비행기 탑승과, 시차적응, 첫날의 긴장감 이 복합적으로 밀려왔던것 같다.

사실 나에겐 세수도 안하고 뻗어버리는 일이 내 인생에 열손가락 안에 꼽는 일이었으므로, 다음날 새벽4시에 눈이 떠졌을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더라.

 

 

더보기

체리 2파운드 , 베이글 1.6파운드, 과일2파운드, 재형이옷 12파운드, 물 0.69파운드, 커리밥 5파운드, 오렌지쥬스 1파운드, 츄파춥스2개 0.9파운드

웨이트로즈(마트) - 물, 감자칩, 과자, 등 4.76파운드, 자전거빌리기 2파운드 : 총 29.95파운드 (약 5만원)

* 10시에 숙소에서 나옴 -> 브릭레인마켓 -> 프림로즈힐 -> 캠던마켓 -> 88번버스, 웨스트민스터역 -> 빅벤/런던아이 -> 숙소로 복귀 -> 자전거 ->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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